[낯선 자의 일기], 엘리 그리피스
소설을 영화화 할 때 어려울 것 같은 기법이 있다. 같은 상황을 등장 인물의 시점에 따라 따로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인물들의 생각, 감정, 미묘한 차이를 영상으로 보여주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몇몇 추리 영화에서 반전을 보여줄 때 같은 상황의 다른 시점을 확인해 주는 것도 있었지만, 보통은 결정적인 힌트를 클로즈업 해주는 정도에 그친다. 게다가 영화는 1인칭 시점으로만 극을 이끌어가는 경우가 드물다
1인칭 소설의 재미있는 점은 독자가 온전히 주인공의 시점에서만 상황을
바라본다는 점에 있다. 특히 추리소설에서는 사건 해결의 단서를 1인칭
시점으로만 파악하게 함으로써 독자의 추리를 어렵게 만든다. 그러나 1인칭
시점만으로 장편 소설을 이끌어 가는 것은 무리가 있다. 극의 진행에 필요한 다양한 상황을 독자에게 충분히
전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낮선 자의 일기]는 주인공 3명을 번갈아 가며 1인칭 시점으로 서술한다. 같은 상황을 각자의 시점에서 반복해 보는 것이 이 소설의 백미다.
이런 소설이 나오려면 작가의 역량이 훌륭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작
소설의 경우, 작가의 직접적인 경험이 소설에 녹아있는 경우가 많다. 그래야
현실적이고, 전문적이 될 수 있다. 남자 작가가 여자 주인공의 1인칭 시점으로 쓰여진 소설은 드물다. 반대도 마찬가지다. [낯선 자의 일기]의 작가는 40대
백인 여성, 30대 인도계 여성, 10대 청소년 여성의 시점을
훌륭히 소화해냈다.
재미있는 이야기는 대부분 영상으로 제작되는 시대에, 이 소설은 영상화할
경우 그 고유의 매력을 온전히 전달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낯선 자의 일기]는 2020년 ‘에드거
상’ 수상한 소설로, 이런 상을 받은 작품은 읽어도 후회는
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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