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장편소설. (1965)
한 사람의 일생을
주제로 한 작품이 대중들의 인기를 얻는 경우, 대체로 주인공은 매우 강한 잠재력, 능력이 있다. 이 뛰어난 능력을 바탕으로 역경을 이겨내는 이야기가
보통 사람들에게 재미를 준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여러 위인전기도 그렇고, 오디세이아, 일리아스 등 고대 서사시들 대부분이 이런 작품이다.
[스토너]는 1891년 출생한
한 남자의 일대기다. 미국 중부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나, 우연히
입학하게 된 대학을 졸업하고 같은 곳에서 평생 교편을 잡으며 살아간 이야기다. 뛰어난 재능도, 비범한 능력도 없다. 그의 인생은 나름대로 굴곡은 있어 서사가 성립되긴
했지만, 대부분의 소설 주인공들의 이야기와 비교하면 평탄함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그 때문일까? 1965년 출간된 이 소설은 전혀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하며 4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다 2006년 재출간된 후 갑자기 세계의 주목을 받고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심지어
작가는 1994년 작고하여 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을 읽는 것을 보지도 못했다.
이 소설의 리뷰를
보면 ‘세상이 잊고 있었던 걸작, 조용하고 절망적인 생애에
관한 소박한 이야기’ 라고 되어 있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주변 인물들, 본인의 의지대로 살 수 없는 상황에 괴로워하는 주인공의 모습 등이 주요 내용이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야 베스트셀러가 된 걸까?
‘샤덴프로이데’라는 독일어가 있다. 타인의
불행을 보고 행복을 느낀다는 뜻이다. 이런 감정은 바로 이해가 되지만,
단어로는 없는 언어가 많다. 아무래도 남의 불행에 대해 행복을 표현하긴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까지는 아니어도 다른 사람의 불행에 어느 정도 안도감을 얻는 경우는 누구나 흔히 겪는다. 현재 상황이 힘들어도 더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하며 견디라는 조언도 있다. 오죽하면 빈곤포르노라는 말도 들어본 적이 있을 정도다.
불행했지만 뚜벅뚜벅
인생을 걸어간 주인공 윌리엄 스토너를 보고 현대인들은 열광했다. 강력한 샤덴프로이데를 느낀 것이다. 그러나 1960년대 사회에서 스토너는 불행했다고 보기가 어렵다. 본인의 고집도 잘 굽히지 않았고, 결혼도 하고 자식도 얻었으며, 전쟁도 겪지 않았다.(미국 젊은이들이 1차, 2차 세계대전에 참전하던 시기다. 이에 관련된 내적 갈등도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나름 번듯한 집에서
하고 싶은 연구도 하며, 대학 교수로 은퇴할 때까지 일했다. 결정적으로
작가 존 윌리엄스는 인터뷰에서 스토너는 훌륭하고 행복한 삶을 살았다고 증언했다. 그래서 이 소설을 슬프다고
생각하는 독자의 반응에 놀랐다고 했다.
1960년대
독자들은 이 소설을 보고 물음표를 띄웠을 것이다. 현대 한국사회에 대입하면 중견기업에 운 좋게 입사하여
정년까지 잘 지낸 것과 같다. 비록 실패한 결혼, 약간 안타까운
상황의 딸, 직장 동료의 정치질 등 완벽한 삶은 아니었지만, 그보다
힘들게 살던 평범한 사람들이 태반이다.
불과 60여년 만에 사람들은 더 자유롭고, 더욱 풍요로워졌다. 그래서 스토너를 보고 안타까워하고 응원하면서도 그보다 나은 본인의 상황에 안도감을 느꼈을 것이다.
또 대중의 평가가
바뀌게 된 중요한 점이 있다. 윌리엄 스토너의 말로는 결국 암이었다.
위암이나 담도담낭암, 혹은 췌장암일지 모르는 복부의 악성 종양으로 투병 중 사망하고 말았다. (정확한 병명이 나오지 않는다.) 만약 현대인들처럼 건강검진을 정기적으로
받았더라면, 증상이 약간이라도 있을 때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았다면 이런 최후는 맞지 않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운 생각이 무조건 들게 된다. 하지만 배경은 60년대다. 65세까지 사는 것도 쉽지 않은 시절이었다. 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는
부지기수였다. 스토너의 마지막은 60년대 사람들이 보기엔
감흥이 떨어졌는지 모른다.
60년 전에 비해 사회가 너무나 변했고, 문학작품의 평가 또한 달라졌다. 사회의 변화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모든 것의 평가가 달라지는
속도도 빨라질 것이다. 2024년 현재, 어떤 것의 가치는
10-20년만 지나도 크게 바뀔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심지어
영원불멸이라고 생각되던 가치도 언젠간 바뀔 가능성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하게 된다. 이럴 때일수록 특정한
것에 집착을 거두고 자유롭게 사고하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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